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보고싶었던 영화 가버나움이 드디어 개봉을 했다. 영화 내용보다 캐스팅 비하인드를 듣고 더욱 영화가 보고싶어졌다. 


캐스팅 



영화에 나오는 몇몇 성인 배우들을 제외한 아이들은 모두 시리아 난민을 길거리 캐스팅한 것이다. 주인공인 자인은 실제 이름도 자인 알 라피아이다. 자인은 시리아 다라에서 태어나 내전으로 인해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난민으로 살고있었다.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다가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었다. 출생증명서도 없어서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는 자인은 학교를 다닌 적도 없어서 글도 읽을 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대본을 주고 대사를 암기하는 촬영도 할 수 없었다. 감독은 자인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자인이 하는 행동과 말을 그대로 촬영해서 편집했다고 한다. 자인은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웃어라~ 울어라~" 등으로 지시했는데 연기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했다. 



가짜신분증으로 홀로 아들 요나스를 키우고 있는 라힐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는 실제 불법체류자이다. 요나스가 진짜 아들은 아니지만 실제로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모유가 나오는 중이었다. 영화 속에서 불법 체류자로 체포되는 장면을 찍은 다음 날 실제로 불법체류로 체포되었다. 



사하르 역의 하이타 아이잠은 베이루트 거리에서 껌을 팔고있던 소녀였다.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귀염둥이 요나스는 촬영 도중 부모들이 불법체류로 잡혀가서 캐스팅 감독이 3주 동안 데리고 살아야했다. 실제 감독이 젖먹이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 나이때 아기들의 행동을 잘 알기때문에 요나스에게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쉬웠다고 한다. 

자인이 요나스를 데리고 다니자 "앵벌이 용이냐"고 묻는 장면이 처참한 현실을 말해준다. 



배우이자 감독인 나딘 라바키는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걸 좋아한다. 자인의 변호사역으로 나왔었다. 



레바논은 어떤 나라인가? 


이 영화는 우리에겐 생소한 레바논 영화이다. 레바논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비율이 거의 같았다. 그러나 25년에 걸친 종교 갈등과 내전으로 지금은 시민 4명 중에 1명이 난민이다. 레바논에서는 부모가 허락하면 9살부터 결혼할 수 있고 14살이면 부모 허락없이 결혼이 가능하다.  


영화 가버나움 후기 


영화를 보기 전엔 주인공인 남자 아이가 연기 천재라는 평이 많았다. 직접 영화를 보니 자인에게는 허구인 영화가 아니라 다큐같다. 첫 장면부터 뼈만 앙상한 너무 마른 몸에 충격을 받았고 영화 내내 공허한 아이의 눈빛을 지울 수가 없다. 난민이 아닌 아역배우가 연기를 했다면 저런 눈빛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누구는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자극적이라며 '난민포르노', '불행포르노'가 아니냐고 한다. 정말 자극적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자인이 맞는 장면이 더 많이 나오고 자인의 여동생 사하르가 강간당하는 장면도 들어갔을거다. 감독은 실제 레바논의 난민의 생활은 영화보다 더욱 처참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인이 가짜 처방전으로 약을 사서 주스로 만들어 파는 장면에서 약쟁이들에게 맞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린다. 촬영 감독도 맞고 있는 자인을 구해야하는지 아님 영화를 위해 계속 찍어야하는지 고뇌한 흔적이 보인다.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거나 물건을 파는 장면을 찍을 때에도 엑스트라를 쓴 게 아니기 때문에 모두들 카메라를 신기한 듯 응시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암담한 현실에 가슴이 더 답답해질까 걱정했다. 그러나 답답한 현실보다 자인과 아이들이 주는 감동이 더 크다. 



결말 


겨우 11살인 여동생 사하라가 팔려가듯 시집을 가고 2~3개월만에 임신을 한다. 사하라는 하혈을 하고 쓰러진다.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병원에선 사하라를 받아주지도 않는다. 출생증명서가 없기 때문이다. 사하라는 공식적으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아이이다. 


이 사실을 안 자인은 칼을 들고 사하라의 남편을 찾아가 찌른다. 그리고 소년원에 수감된다. 엄마가 면회를 와서 임신 소식을 전한다. 태어나면 이름을 사하라 라고 지을 거란다. 이 지경에 또 다시 임신이라니... 자인은 "엄마는 감정이 없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티비에서는 아동 학대에 관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제보 전화를 받고있다. 자인은 교도소에서 그 TV 프로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을 고소한다. 고소의 이유는 "나를 태어나게 한 죄"이다. 


법원에 자인과 자인의 부모님이 모두 나왔다. 판사는 자인에게 부모님을 고소했는데 어떻게 하길 바라냐고 묻는다. 자인은 배속에 있는 아이도 태어나면 나랑 똑같이 될 거다. 부모님이 더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달라고 한다. 


이 영화는 자인의 부모를 아동학대하는 파렴치한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 부모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결국 그 시대의 피해자로 그려지고 있다. 



쿠키영상 - 엔딩 크레딧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면 특별한 쿠키 영상이 나온다. 영상은 아니고 현재 주인공으로 나온 난민 아이들이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자막으로 설명해준다. 이 내용은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인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난민 생활을 끝내고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 자인과 가족들은 노르웨이에 정착하게 되었다. 요나스와 가족들은 케냐로 돌아갔다. 



난민 생활을 끝내고 정착하다. 해피엔딩 일까? 


영화가 개봉된 후 많은 관심과 후원으로 감독은 '가버나움'이라는 재단을 만들어서 난민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이게 해피엔딩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3년 보스니아 영화 '아이언 피커의 일생'은 가난한 집시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무지치는 집시 출신으로 2013년 63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심사위원 대상인 은곰상을 수상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일 것만 같았지만 영화가 흥행하고 난 뒤에도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족들이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그는 결국 트로피를 4,000유로(530만원)에 팔았다. 독일에 난민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그는 건강 악화로 5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가버나움도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고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에 후보로 올랐다. 지금은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관심이 사라진 뒤에는 무지치처럼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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