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 살아보니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밤만 되면 울어대는 냉장고 소음~!! 방 구할 때 수압은 괜찮은지 곰팡이는 없는지 정도만 살펴봤지 누가 냉장고 소리까지 체크한단 말인가. 원룸에 옵션으로 있는 냉장고는 2011년도에 산 삼성 252L 였다. 


이사온 첫날부터 냉장고 소리때문에 잠을 못 잤다. 바로 삼성전자 AS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이 일단 컴프레셔에 먼지가 많이 껴서 그럴 수도 있으니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내보란다. 시키는대로 했지만 소용이 없다. 

다시 전화해서 출장서비스 신청을 했다. 평일에 오면 출장비 18,000원이고 주말이나 평일 야간에 오면 22,000원을 줘야한다. 

겨울이라 보일러 기사는 바빠도 냉장고 기사는 아주 널널한가보다. 출장서비스 신청을 하니 당일 1시간 뒤부터 바로 올 수 있단다. 



망설이다가 힘들게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왠지 집주인에게 전화하는건 언제나 힘들다. 냉장고 소음이 너무 심해서 밤에 귀마개를 끼고 잔다고 수리를 해달라고 했다. 그 전세입자는 그런 말이 없었단다. ㅡ.ㅡ;; 일단 AS 신청을 하고 수리를 하면 청구하면 수리비를 준단다. 휴... 다행이다. 


출장기사가 오기로 한 날 먼저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 증상이 어떤지 물었다. 웅~윙~웽~ 거리고 드르륵~ 다다닥~ 쇠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더니 한다는 말이 "정상입니다. 제가 가도 해드릴게 없습니다."였다. 

하아.. 직접 보지도 듣지도 않고 정상이라니 일단 오라고 했다. 

기사가 왔다. 냉장고 문 한번 열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정상이란다. 이 냉장고는 252리터짜리 저가형 모델이라 인버터가 없어서 소음이 클 수 밖에 없단다. 이 소리는 정상이니 이런 저가형 새 냉장고를 사도 똑같이 소음이 난단다. 

온지 1분만에 기사는 "대신 출장비는 받지 않겠다. 다음에 소음으로 또 접수하면 출장비를 받을거다." 라며 나가버렸다.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어이가 없어서 다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장비 줄테니 당장 튀어와서 냉장고 뜯고 멀쩡한 거 내 눈으로 확인시켜달라고 했다. 


최소한 점검이라도 해야할 거 아닌가. 냉장실은 뜯을 필요도 없단다. 안에 스티로폼 말고 아무것도 없다고. 

냉동실 음식을 치우고 드라이버로 냉동실을 뜯어 안에 부품을 봤다. 성에낀 것도 없고 얼음이 언 것도 없고 멀쩡하다. 



그럼 컴프레셔 고장이 아니냐고 하니 멀쩡하단다. 그러고 출장비 18,000원을 받아갔다. 



그 뒤로 냉장고 소음으로 폭풍 검색을 했다. 정말 내가 예민한 걸까. 모든 냉장고는 저런 소리가 나는걸까? 이사온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밤마다 잠을 못 자니 이 집이 너무 너무 싫어진다. 당장 다시 이사를 가고 싶다. 꼭 주방이 분리된 곳으로 ㅠ.ㅠ 


검색을 하니 냉장고 소음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AS 기사를 불러봤자 모두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정상이라고 한다. 난 인버터도 없는 40만원짜리 냉장고라 시끄럽다고 치자. 근데 400만원짜리 4도어 쉐프 냉장고도 소음이 난단다. 블로그에 피터지게 싸운 흔적들이 너무 많다. 소비자보호원까지 연락하고 겨우겨우 교환을 받았다고 해도 그동안의 스트레스는 누가 보상을 하나. 교환이라도 해주면 다행이지 환불은 하늘의 별 따기다. 난 새냉장고도 아니기에 수리밖에 답이 없다. 



냉장고는 소음 기준 자체가 없다. 현재 환경부가 정한 '소음진동관리법'에는 진공청소기와 세탁기에 관한 저소음 기준만 나와있다. 

핸드폰 어플에 소음측정기 어플을 깔았다. 어플로 측정한 결과 38db에서 심할 땐 48db까지 올라갔다. 핸드폰으로 소리를 녹음까지 해놨다. 

다시 삼성전자 AS에 출장서비스 신청을 했다. 그 전에 온 기사말고 다른 기사를 보내달라. 올 때 꼭 소음측정기를 들고와라. 상담원에게 냉장고 소음의 기준이 뭐냐고 시끄러운게 몇 db부터냐고 물었지만 동문서답만 할 뿐이다. 기준자체가 없는거다. 

드르륵~ 하는건 팬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고 웅~ 거리는 건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 물흐르는 소리는 냉매가 흘러가는 소리이니 모두 정상이라는거다. 



출장기사가 오기로 한 전날. 증상이 어떠냐고 전화가 왔다. 일단 와서 직접 들어보라고 했다. 소음측정기를 꼭 들고가야되냐고 하길래 소음은 아주 주관적인 거니 더이상 논쟁하기 싫으니 들고오라고 했다. 


그리고 D-Day. 만반의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냉장고가 너무 조용하다. 쟤 왜저래~ 하루종일 시끄럽다가 왜 갑자기 조용해져~ ㅡ.ㅡ;; 

다행히 기사가 와서 계속 문을 열고닫으며 냉장고를 가동시켰다. 냉장고 소리를 듣기위해 티비도 끄고 집을 아주 조용한 상태로 만들었다. 또 정상이란다. 아오 미치고 팔짝뛰겠네. 울컥해서 어떻게 이런 쇠소리가 정상이냐고 하자 기사가 다시 한번 컴프레셔를 요리보고 죠리보고 툭툭 건드려본다. 결국 컴프레셔 고장이란다. 컴프레셔 교체비용이 23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허억.. 너무 비싼데... 


수리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집주인에게 전화해서 AS기사를 바꿔줬다. 집주인이 깍아달라고 했는데 전혀 안먹힌다. 결국 집주인은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냉장고 새로 사는 돈이나 비슷하겠다 냉장고를 새로 사준단다. 


오예~~~!!! 



몇시간 뒤에 집주인이 이 냉장고로 주문했다고 문자가 왔다. 지금 냉장고보다 더 작은 244리터에 대우전자 거다. 삼성에서 대우라니 더 시끄러운거 아냐? 혹시나 기대했지만 역시나 더 좋은 냉장고를 사줄리가 없다. 제발 새 냉장고는 안시끄럽길 바랄 뿐이다. 첫번째 기사가 말했던 이 정도 사이즈의 새 냉장고를 사도 똑같다는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드디어 새 냉장고가 도착~! 역시나 인버터가 없는 모델로 냉장고 뒷편에 컴프레셔가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일단 냉장고 안에 60%만 채워놓고 강도를 약으로 맞췄다. 양옆은 5센치씩 띄우고 뒷면은 벽과 10cm정도 띄웠다. 이렇게 가동을 하니 웅~~ 거리는 냉장고 가동 소리는 나지만 구슬굴러가는 소리나 쇠소리는 전혀 나지 않는다. 


냉장고 문도 자주 열면 더 시끄럽다고 해서 저녁을 먹고 나서는 잘때까지 냉장고 문을 열지않았다. 그러니 밤에는 냉장고가 가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팬돌아가는 소리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꿀잠자고 있다. 



결론

냉장고가 시끄럽다면 새 냉장고를 사자. 

내가 예민한게 아니다. 

'정상'만 외치던 AS 기사 콱~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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