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학대 

 

심리적 학대는 멍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뼈가 부러지지도 않는다. 멍 자국과 부러진 뼈는 피해자의 마음 속에 남는다.

이 책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말 대신 '독이 되는 사람'과 '생존자' 라는 말을 쓰고 있다. 

 

가해자의 표적 

 

그들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사람을 찾는다. 목표물의 외모, 나이, 지적 수준, 직업적인 성공 등등을 본다. 가해자는 자신에게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애초에 더 큰 목표물을 찾는다.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조약돌 모으기 

 

생존자가 학대를 겪는 과정을 '조약돌 모으기'라고 비유한다. 조약돌 하나가 가해자와의 부정적인 만남 한번을 의미하는 것이다. 

 

관계 초기에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생존자의 보이지 않는 가방에 조약돌 몇개가 들어있을 것이다. 아직 가방은 그리 무겁지 않다. 다만 뭔가 이상하다거나 가해자로 인해 마음 상한 순간이 몇 개 들어 있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생존자는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누구나 단점이 있다며 합리화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약돌이 든 가방이 굉장히 무거워진다. 이때가 돼야 생존자는 가해자의 성격장애와 학대의 무게에 짓눌려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독이 되는 사람들은 한가지 사건만 분리해서 다루고 싶어한다. 조약돌 한개만 보고 가방의 무게는 보지 않으려 한다. 이들은 생존자를 '과거에 매여있다'고 비난하거나 '내 실수를 당신이 용서하지 않으려 하는 게 문제야' 같은 말을 한다. 그게 아니다. 문제는 가해자가 같은 실수나 선택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사건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폭풍우 속에서 빗방을 하나를 떼어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파트너 

 

감정적으로 멀어지는 것은 가해자가 관계에 있어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누가 신경을 덜 쓰는지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누구든 투자를 적게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가해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사라지는 행동을 반복하면 생존자는 온갖 내적 갈등을 겪는다. 가해자는 그 상태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상처가 된다는 걸 단호히 부인한다. 가해자가 저지른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애도 많이 먹는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피해를 끼친다는 걸 잠시나마 인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이어 이를 부인하기 시작한다. 

 

가해자는 이런말을 한다.

"내가 당신한테 뭘 어떻게 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인생을 힘들게 만들었는데?"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자들은 결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해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본인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건 정말 헛수고다. 이들은 이미 자신의 행동을 알고 있으며 그렇게 이기적이고 해로운 행동을 계속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다. 

 

그는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를 깊이 설득한 사람들이다. 아무런 문제도 없단 말이다. 말로는 자신의 결점을 인정할지 모른다. 하지만 행동을 보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으니 고쳐야 한다는 말과 일치하지 않는다. 아주 잠시나마 자각을 한 듯 보이지만 진짜 치유 작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자신에게 잘 맞는다. 안 맞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모든게 다 자기 위주니까 말이다. 

 

생존자들의 특징 - 자아성찰능력

 

생존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성격적 특징으로 자아성찰 능력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자신의 행동과 동기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고칠 의향도 있다. 생존자의 이런 장점을 가해자가 착취하는 것이다. 

 

독이 되는 사람은 생존자에게 퍼부은 비난이 생존자를 깊게 관통한다는 걸 알고있다. 생존자가 그 말이 사실인지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다.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꽤 영리한 전술이다. 정작 자아성찰이 필요한 사람은 심리적인 학대를 가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상처를 회복하는 6단계 프로그램 

 

1. 심리적 학대 인지하기 

 

학대를 알아차리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많은 생존자들이 자신이 학대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생존자는 초기에 자신을 탓한다. '내가 달라지면 이 관계가 좋아질까?' '나는 왜 이 상황을 극복할 만큼 강하지 못한가?' '나는 왜 모든게 엉망진창일까?' 이런 질문을 한다. 가해자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다. 가해자는 생존자가 자기 혐오와 자기 회의에 빠지기를 원한다. 

 

회복의 초기 단계에서 생존자들은 가해자를 두고 '완전히 다른 두 명의 인간'이라고 말한다. 좋은 사람이면서 학대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인식은 치유를 방해한다. 독이 되는 인간은 가끔씩 힘들게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랑이 많은 사람이 절대 아니다. 악랄한 사람 그 자체다. 가끔 좋은 순간도 있긴 하다. 생존자는 독이 되는 인간의 행동을 구분하려는 마음을 떨쳐내고 전체를 보아야한다. 당신의 건강과 행복에 해가 되는 사람으로 말이다. 가끔 있는 괜찮은 순간은 생존자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조각그림을 맞출 때처럼 한번에 한 조각만 보면 안된다. 전체 퍼즐을 맞추고 한발 물러서서 진짜 그림이 뭔지 봐야한다. 

 

2. 가해자들이 쓰는 수법 알기  

 

1) 이상화 

 

이상화란 심리조종자가 그의 새로운 목표물과 처음 만나는 시기를 말한다. 당신도 한때는 새로운 목표물이었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완벽한 연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시기에 생존자는 너무나 멋진 소울메이트를 만나서 정말로 행운이라고 느낀다. 가해자는 당신에게 이상적인 상대로 탈바꿈한다. 당신은 온전한 본연의 모습이었고 가해자는 카멜레온이었던 것이다. 

 

2) 평가절하 

 

목표물이 완전히 말려들고 나면 다음 단계가 시작된다. 이제부터 심한 깍아내림이 시작된다. 

 

가해자는 약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생존자들이 흔히 오해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예상과 달리 가해자는 눈에 보이는 가장 큰 표적에 도전한다. 가해자는 독립적인 한 사람이 자신의 도움 없이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의존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큰 승리라고 생각한다. 

 

3)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1940년대 영화 '가스라이팅'에서 나온 세뇌 기법이다. 영화에서 남편은 아내를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 아내 스스로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 가해자는 상황을 조작해 상대가 자신의 기억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생존자가 자신을 의심하고 현실 감각을 잃어버려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4) 인신공격 

 

인신공격은 목표물을 고립시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가해자밖에 없게 만들거나 가해자가 목표물을 대하는 태도가 정당하다는 걸 입증하려는 시도이다. 

 

5) 플라잉 멍키(Flying monky)

 

플라잉 멍키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서쪽 나라의 사악한 마녀가 날개달린 원숭이에게 나쁜 짓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독이 되는 사람들은 두 종류의 조력자를 이용해서 지저분한 일을 대신 하게 만든다.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조력자를 이용한다.

 

조력자 중에는 가해자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플라잉 멍키의 또 다른 부류는 보이지 않는 학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못된 의붓자매에 비교할 수 있다. 독이 되는 사람이 학대의 목표물에 대해 불평할 때 조력자들은 증오와 험담을 부추긴다. 

 

6) 자기애적 공격 - 책임 전가

 

자기애적 공격이란 실수를 저질러놓고는 화를 내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애적 공격은 생존자가 가해자의 실수를 알려주거나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할 때 나타난다. 나르시스트에게 고칠 점을 알려주거나 불만스러운 점을 이야기하는데 적절한 방법은 없다. 이들은 자신에 관한 어떤 문제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를 생존자 쪽으로 돌려버린다. 너무 무례하고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며 자신을 화나게 만들었다면서 생존자를 탓한다. 아무리 부드럽게 말을 꺼내도 결점을 지적당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7) 간헐적 강화 

 

간헐적 강화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세뇌시키는 방법이다. 가해자는 두사람의 관계의 끈을 풀었다가 조이기를 반복한다. 다정했다가 무심했다가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길들인다. 

 

 

3. 깨어남 

 

이 단계에서 생존자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다. 

'알고보니까 내가 미친 인간이었던 게 아니더라고요'

'그 자식이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믿게 만들었어요'

'제가 겪은 일이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런 짓을 한게 믿기지 않아요'

 

심리적 학대의 생존자가 절망을 경험하고(1단계) 심리적 학대의 구체적인 내용을 배우고(2단계)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단계이다. 

 

 

4. 경계 설정 - 후버링

 

치유가 되려면 경계를 세워야만 한다. 경계 세우기의 가장 좋은 방법은 가해자와 연락을 끊는 것이다. 이 때 후버링(Hoovering)을 조심해야한다. 가해자가 목표물을 다시 낚아 생존자의 인생에 다시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모든 가해자가 후버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연락을 끊었는데 아직 노골적인 후버링을 겪지 않았다면 가해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소셜미디어다. 당신이 없는 삶이 가능한 최대로 완벽하고 행복하게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독이 되는 사람은 새로운 목표물을 찾아 '이상화 - 평가절하 - 버리기' 단계를 또 다시 반복할 것이다. 

 

이 단계가 어렵다는 것을 나도 알고있다. 하지만 심리적인 학대에서 회복하는 데 이것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5. 복구 

 

생존자가 회복 단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는 치유에 대한 공부와 연관없는 일을 하면서 자유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생존자들은 5단계까지 오는 동안 습득한 지식으로 인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생존자가 나르시스트에 대한 자료를 더이상 읽고 싶어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것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6. 유지 

 

회복의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생존자는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야한다. 유지 단계에서 안정이 깨지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가해자와 있었던 잠깐의 좋았던 순간을 생각하는 것이다. 치유가 지속되려면 가해자와의 관계를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잃지 말아야한다. 학대받은 진실을 왜곡하지 말아야한다. 

 

가해자로 의심되는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언제나 환경을 잘 살피고 경계를 세우며 자기보호를 해야한다. 

 

유지 단계의 핵심은 자신이 새로운 사람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사라졌다. 당신은 성장했고 달려졌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도 건강한 삶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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