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날 때리는 건 아니에요 

 

가장 많은 사람이 심각하게 하고 있는 오해는 바로 육체 폭력만이 학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동반자가 육체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자기를 어떻게 대하든지 참아야한다고 믿는다. 

 

학대는 그 범위가 아주 넓다. 육체 학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언어 학대, 감정 학대, 심리 학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학대 행위이다. 이런 교묘하고 은밀한 학대는 피해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학대자에게 집착하게 만든다. 그래서 피해자는 대부분 학대자와 헤어지지 못하고 그 곁에 머물게 된다.

 

모호하게 가해지는 이런 학대를 받는 동안 피해자는 자신감,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부심도 사라진다. 피해자가 자신이 학대를 당하고 있음을 깨달을 즈음이면 대부분은 이미 그 관계에 너무나도 많은 공을 들인 뒤이다. 

 

 

서서히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 

 

학대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날카로운 말을 하고 비웃고 당신을 문 밖으로 집어 던지지는 않는다. 그런 행동을 처음부터 한다면 당연히 당신은 아무 문제 없이 관계를 끊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학대자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안다. 

 

시간이 흐르면 학대자는 서서히 당신을 해칠 말들을 하거나 당신을 우습게 만든다. 학대자는 자신과 다른 성을 비하하거나 상스러운 말을 자주 한다. 특별히 당신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지만 분명히 단신이나 당신 가족, 친구들을 비하하는 말을 해 당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마음이 불편해진 당신이 방어를 하려고 하거나 반박하려고 하면 너무 민감하다거나 농담도 모른다는 식으로 오히려 당신을 탓한다. 그러면 당신은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학대 관계는 시작된다. 

 

 

그 사람은 공감 능력이 전혀 없다. 

 

공감 능력과 양심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양심 지수도 높다. 학대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능숙하게 방어하고 능숙하게 조종하다. 

 

학대자는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다. 당신에게 알려줄 정보를 신중하게 고르고 총체적인 진실은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학대자는 당신의 약함을 교묘하게 조종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그는 당신보다도 당신을 더 잘 알아 당신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또 상황을 왜곡하는 데는 전문가라서 잘못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미루며 절대로 책임지는 법이 없으니 늘 학대자 자신을 희생자로 만든다. 

 

자기가 한 행동을 당신이 지적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자신이 학대한 내용을 축소하거나 부정한다. 실제로는 자기가 죄의식을 느껴야하는 일에도 당신이 하지 않은 일을 거론하며 당신을 비난할 때가 많다.

 

그 때문에 당신은 학대자에게 맞설 때마다 사실 잘못한 사람은 그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뒤로 물러나야 한다. 

 

내가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학대자와 맞서는 것은 당신이 정당한 주장을 하고 있음을 밝혀야하는 아주 힘빠지는 일이다. 당신이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그는 아주 쉽게 그 주장을 물리치고 당신이 반박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그는 자기가 옮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단편적인 진실과 지나치게 과장해 부풀리는 당신의 잘못이라는 두가지 무기를 들고서 논쟁의 본질을 설명해나간다. 학대자의 설명은 당신이 설명한 상황을 보잘것없게 만들어버리고 또다시 당신으로 하여금 잘못한 사람은 학대자가 아닌 당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학대자의 설명은 논리적인 것처럼 들린다. 더구나 설명을 할 때 태도는 공정하고 차분하다. 당신이 흥분해서 감정을 드러낼수록 그는 여유롭게 등을 기대고 앉아 당신이 얼마나 흥분해 있는지, 얼마나 날뛰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런 상황에 피해자들은 대부분 수년 동안 널뛰는 감정 기복을 겪으며 자신이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아주 논리적으로 보이는 사람

 

문제가 자기에게 있어도 학대자는 그 사실을 무시하며 언제나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오히려 당신을 공격하면서 무엇이든 당신이 잘못한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그것이 학대자들의 전략이다. 학대자는 상대방이 비난을 받을 만한 다른 일을 꺼내들거나 자신의 행동은 상대방 잘못에 반응한 결과라는 식으로 자기 자신을 정당화한다. 

 

학대자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아주 논리적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학대자는 논리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학대자가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행동할수록 당신은 더욱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동반자가 당신의 심정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더욱 흥분한다. 학대자의 세상에서는 차분하고 침착한 사람이 승리자이다.

 

그는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 

 

학대자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으며 자기가 한 행동도 책임지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늘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탓하면서 자기 자신을 정당화한다. 학대자가 쉽게 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일에든 절대로 자기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피해자인 척 

 

학대자가 상대방을 휘두를 때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는 스스로 피해자인 척하는 것이다. 학대자는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는 설정 아래 공격적인 행동을 교묘하게 감추고 피해자 흉내를 낸다. 언제나 적반하장의 명수이다. 

 

 

공감능력이 독이 되는 경우 

 

당신이 충분히 그 사람을 사랑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그가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조건없이 사랑하는 당신의 노력이 허무하게 실패할 때마다 지치과 좌절하게 될 것이다.

 

학대자는 어떻게해도 만족시켜줄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남자는 아주 자기중심적이고 한 여자가 보내는 사랑을 즐기기만 할 뿐이다. 

 

학대자가 그럴듯한 논리를 펴거나 상처를 받은 것처럼 보이면 공감 능력이 뛰어난 당신은 그 즉시 상대방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당신이 자기 입장을 변호하려고 하면 학대자는 상황을 왜곡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면서 어느듯 자신이 피해자가 되어버린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당신의 마음을 이용해 학대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학대자는 당신의 공감 능력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 당신의 동정심을 자극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음을 안다. 학대자는 당신을 읽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함부로 취급하는 행위도 멈출 생각이 없다.

 

가스라이팅 (Gaslighting)

 

학대자와 함께하는 삶은 '미쳐가는 과정'이다. 가스라이팅은 1944년 개봉한 영화 'gaslighting'에서 유래한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아내가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고의로 환경을 조작한다.

 

가스라이팅은 일종의 심리 학대로 아주 교묘하고 은밀하게 주변 환경을 바꾸어 피해자 스스로 서서히 미쳐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 자신감을 잃게 하는 행위이다.

 

 

한번 더 기회를 준다면

 

학대자는 당신의 동정심을 이용하는 법을 정확히 안다. 당신이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밀어붙이고 나면 학대자는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으며 진짜로 사과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안타깝게도 학대자가 이런 술수를 쓰면 학대 관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런디 밴크로프트는 15년 동안 학대하는 남성들과 함께하면서 학대  패턴을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학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누군가가 자동차로 당신을 치면 당신은 죽는다. 그 사람이 당신을 자동차로 칠 생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어쨌거나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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