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준비하던 중 학교 행정실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이런 직종도 있다면 소개를 해줬다. 일반 회사나 기업만 준비하던 내게 공공기관은 신세계였다. 공무원이 아니라도 공공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다니... 그렇게 취업을 학교로 정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명칭 


학교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행정실무원, 교무실무원, 교무실무사, 교무행정사, 교육실무직원, 학교회계직원 등 여러가지 명칭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교육공무직으로 명칭이 통합되었다. 


 종류 


크게 무기계약직과 기간제근로자로 나눌 수 있다.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되는 기간의 정함이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자리이다. 기간제 근로자는 대체근무자, 대체직이라고 부르며 기간의 정함이 있고 계약한 기간만 근무하고 퇴사해야 한다. 



교육공무직에는 사무직인 행정직, 시설관리직, 급식 지원직으로 나눌 수 있다. 

행정직 : 행정실무원, 교무실무원, 상담사, 과학실무원, 전산실무원, 돌봄전담사, 사서실무원, 방과후학교전담사, 특수교육실무원 등 어디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시설관리직 : 시설관리실무원

급식 지원직 : 조리원, 조리사, 영양사 



어떻게 들어가지? 


워크넷, 잡코리아 아무리 뒤져도 채용공고가 안 나온다. 각 시의 교육청 채용공고란을 봐야 한다. 

채용공고란에는 교육공무직 외에 기간제 교사, 특수교육지원인력, 수학여행 안전요원, 보결 담당 강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고가 올라와 있다. 

내가 들어갈 때만 해도 교육청이 아니라 각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채용공고가 올라와있고 면접도 각 학교에서 봤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거의 내정자가 있었고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형식상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본 것이다. 학교에 취업하려면 인맥이 있어야 한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다. 근무하는 중에도 다른 곳에 자리가 나면 공고를 먼저 올리는 게 아니라 주위에 누구 없냐고 물어보는 게 우선이었다. 

하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젠 모두 교육청에서 관리를 한다. 교육청에서 이력서 접수하고 면접까지 봐서 합격한 사람을 학교로 보내주는 것이다. 


요즘 들어가기 너무 힘들어졌다.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교육공무직 노조가 아주 힘이 세다. 매년 교육감을 직접 찾아가 딜을 한다. 그래서 매년 급여도 오르고 복지도 개선되고 있다. 교육청에선 이런 노조를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신규채용 금지를 시켰다. 더 늘리지 말고 있는 사람들만 관리하겠단다. 교육청 채용란에 들어가면 교육공무직원 대체인력풀이 있다. 육아휴직 대체직으로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까지 근무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채용할 때 신규를 우선으로 채용하지 말고 이 인력풀에서 먼저 뽑아야 한다. 그래도 사람이 없으면 그제서야 신규 채용 공고를 낸다. 그래서 요즘 신규채용 공고도 잘 안 올라오고 공고가 나도 경쟁률이 아주 치열하다. 신규 학교가 지어지면 사람을 많이 뽑을 때도 있으니 우선 기간제 근로자로 들어가서 경력을 쌓는 게 유리하다. 


필기시험 



이런 치열한 경쟁률때문에 공정한 평가를 위해 시험을 치는 곳도 있다. 

서울, 경기를 비롯한 상당수 지역들은 아직 필기시험을 치지 않는다. 서울은 매년 상반기, 하반기 공개채용을 통해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으로 무기계약직을 뽑는다.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등에서는 필기시험으로 국어와 일반 상식을 보고 있다. 각 시마다 채용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각 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봐야 한다. 


들어가긴 어렵지만 한번 뚫으면 그 뒤부턴 쉽다. 


필기시험 치는 곳 외에 서류전형에서 보는 건 자격증도 토익점수도 아니고 오로지 경력이 우선이다. 난 경력이 아예 없었으니 거의 서류에서 탈락이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이력서를 넣으니 면접 제의가 왔다. 나 빼고 죄다 경력자였지만 기업체 면접에서 수차례 본 면접 짬밥으로 한 중학교의 육아휴직 대체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육아휴직 대체직이란 기존 근무하던 교육공무직원이 출산이나 육아로 인해 휴직을 내면 그 기간 동안만 대체직으로 근무하는 계약직이다. 정해놓은 근무기간이 있고 끝나면 칼같이 나가야 한다. 

그 뒤로는 계약이 끝날 무렵 거의 소개로 이 학교 저 학교를 옮겨 다녔다. 처음 들어가기가 어렵지 한번 들어가면 그 뒤로 일은 계속 있다. 



교무실보단 행정실이 낫다. 


교무실과 행정실에서 둘 다 근무를 해봤는지 행정실이 훨씬 나았다. 행정실무원은 나만의 고유 업무가 분명하게 있고 그 일만 하면 된다. 그런데 교무실무원은 업무분장이 있지만 그 외 잡무가 엄청 많다. 주된 업무가 교사들이 시키는 자잘한 일들이다. 복사, 스캔, 코팅 등 허드렛일을 하고 있자니 정말 자괴감이 들었다. 


교무실무원 업무 



주된 업무는 교육청에서 온 공문을 담당 선생님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 잡무가 엄청 많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하루에 공문이 수십 통이 왔다. 그 공문들은 거의 다 자료를 뒤져서 보고서를 써서 제출해야 되는 것이었다. 공문 처리하느라 수업 준비를 아예 못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공문을 잘못 배분하면 정말 많이 욕먹었다. 


교무실 청소를 왜 학생들이 해야할까?



졸업한 지 거의 10년이 지나서 다시 돌아가니 예전엔 당연하던 일들이 지금은 이상하게 보였다. 그중 하나가 교무실 청소, 교직원 화장실 청소이다. 교무실에서 나의 업무 중 하나는 교무실을 청소하는 학생들이 제대로 청소하는지 관리하는 일이었다. 관행으로 하던 일이지만 교무실 청소는 교사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아무래도 교무실무원에게 다 청소하라고 시키겠지? ㅡ.ㅡ;; 이미 교장실, 교무실 청소를 하고 있는 실무원도 있다고 한다. 차라리 청소용역업체를 썼으면 좋겠다. 


행정실무원 업무 


중학교 계약이 끝나고 고등학교 행정실로 가게 됐다. 행정실무원의 주된 업무는 급식비, 육성회비, 수학여행비 등의 회계업무이다. 요즘엔 교육행정 공무원들의 업무였던 교사와 공무원의 급여를 행정실무원이 하는 곳도 있다. 그 외 업무는 기록물 관리, 민원 등이 있다.


 


교무실보다 행정실이 업무가 많고 돈을 관리해야 하다 보니 학부모에게 독촉 전화할 때도 많다. 난 이미 일반 회사에서 매일 야근을 하며 업무에 치여살아서 그런지 일반 회사에 비하면 행정실무원 업무는 널널했다. 


교육행정직 무원과 교사들의 기싸움이 장난아니다. 


똑같은 공무원인데도 교육행정직 공무원과 교사들은 서로 싫어한다. 주로 자기들 업무인데 왜 나한테 떠넘기냐는 걸로 많이 싸우더라. 



학교마다 행정실장, 교감, 교장 중에서 힘이 센 사람이 다르다. 누가 권력을 잡고 있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확 달라진다. 교육행정직 공무원과 교사들이 분쟁이 있을 때 누가 힘이 센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결국엔 행정실장과 교감의 싸움인 셈이다. 


갈등 


공무원, 교사, 교육공무직, 사회복무요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다 보니 어디에나 갈등이 있다. 그 중에서 행정실무사와 교무실무사는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게 좋다. 교장, 교사, 공무원들 모두 시간이 지나면 인사이동으로 바뀌지만 교육공무직은 바뀌지 않는다. 평생 봐야 할 사람들이니 얼굴 붉혀봐야 나만 손해다. 


방학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지만 행정실과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은 방학에도 근무를 한다. 장애아들을 가르치는 특수 실무사의 경우 가르치는 학생들이 방학이니까 방학 때 쉴 수 있다. 방학 중 비근무시 급여는 안 나온다. 



정말 꿀 빠는 직업 


요즘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필기시험까지 치는 시도 있다. 그만큼 돈에 큰 욕심이 없다면 정말 좋은 직업이다. 일단 퇴근이 4시 반이다. 정말 저녁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자녀가 있다면 아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며 함께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다. 4시 반에 퇴근해서 하교한 아이들의 저녁을 차려 줄 수 있고 남편이 주 수입원이고 부인이 부수입원이라면 이만한 직장이 없다. 일반 회사에선 내가 육아휴직가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내 업무를 분담해야 돼서 눈치가 보이지만 이 곳은 대체할 사람을 뽑아주니 마음놓고 쉬다올 수 있다. 

그러나 미혼에겐 아직 더 많은 가능성이 있으니 비추한다. 일단 급여가 작고 가늘고 길게 갈 순 있지만 아직 앞길이 창창하니 다른 곳에 도전해보자. 


공무원과 뭐가 다르지?


공무원과 똑같이 60세 정년이 보장된다. 공무원 맞춤형 복지포인트도 나오고 육아휴직도 3년씩 보장된다. 공무원처럼 자기 발로 나오지 않는 한 잘리는 일은 잘 없다. 공무원이 박봉이라고 하지만 공무원보다 더 급여가 작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은 안 나온다. 


학교엔 법인카드가 없다. 



회사만 다니던 내게 가장 큰 문화적인 충격은 법인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가 아니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회식을 해야 하니 돈을 내라고 하더라. 너무 어이가 없었다. 왜 내 돈 내고 가기도 싫은 회식을 해야 하지? 어이없어하는 날 보고 그럼 학교 예산을 쓸거냐고 버럭하더라. 회식 자체를 안 하면 되는데 그럴 수는 없다나... 



그만 둔 이유 


원래 무기계약직인 정식 자리를 목표로 우선 경력이라도 쌓을 겸 육아휴직 대체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그만두는 사람이 없다. 이런 꿀 직장을 그만둘 리가 없지. 빈자리도 잘 안 생기고 막상 생긴다고 해도 인력풀에서 먼저 뽑다 보니 이력서를 넣을 기회조차도 없었다. 계속 6개월, 1년씩 메뚜기처럼 계속 옮겨 다녀야해서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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