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찾아 삼만리~ 


아~ 드디어 봤다. 부산에서 영화 '개들의 섬'을 상영하는 곳이 2군데뿐이다. 영화의 전당과 CGV 서면점이다. 그런데 하루에 한타임만 상영하고 그것도 평일 낮에 한다. 직장인은 어쩌란 말이냐 ㅠ.ㅠ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영화를 드디어 봤다. 


왜색이 짙은게 아니라 그냥 일본 영화 


영화보기 전부터 배경이 일본이고 왜색이 짙고 일본어가 나온다는 정도는 알고갔다. 그런데 이건 왜색이 짙은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일본 영화이다. 영화 제목도 일본어로 나오고 그 밑에 작게 영어가 쓰여있다. 출연하는 배우들이나 스텝의 이름도 모두 히라가나로 나온다. 배경음악 조차도 영어노래인 딱 1곡을 빼고는 모두 전통의상을 입은 세 명의 소년이 일본 전통 북인 와타이고를 치는 소리가 음악으로 깔린다. 

출연자는 개와 해외 교환학생인 트레이시를 빼고 모두 일본인이며 일본어를 한다. 일본어를 하면 영어 자막이 깔리는 게 아니라 영어로 동시통역을 한다. 일본어는 계속 낮은 소리로 깔리면서 영어로 통역을 하고 한글로 자막이 깔린다. 동시에 3개의 언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본어 대사를 통역해주는 것도 아니다. 진짜 모르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만 영어로 통역을 하고 한글 자막을 하단에 띄워준다. 그 외 대부분의 일본어는 통역을 하지도 않고 한글 자막도 없이 그냥 넘어간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대충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할 수 있어 영화를 보는데 큰 지장은 없다. 

이런 반응을 예상해서일까? 영화 시작 전에 주의사항이 나온다. 개들은 영어를 하고 일본인은 그 나라 언어를 한다고 알려주고 시작을 한다. 개만 영어를 하는 이상한 구조다. 



일본 문화 덕후인 감독과 영상미 


감독이 일본인인가 싶어 찾아봤더니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일분 문화를 좋아하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팬이라고 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느꼈던 영상미를 이번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질감이나 입체감이 일반 애니메이션과는 완전 틀리다. 연기는 솜으로 표현하고 불꽃은 셀로판을 사용한다. 초당 24프레임이 아닌 초당 12프레임으로 움직임을 만들어 일부러 매끄럽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있다. 동작이 너무 매끄러우면 CG로 만든 애니메이션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부러 어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스톱모션만의 색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쟁쟁한 성우



치프 목소리 : 브라이언 크랜스톤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영화 '웨이크필드'의 주인공으로 나왔었다. 

킹 목소리 : 밥 발라반

아타리 목소리 : 코유 랜킨

보스 목소리 : 빌 머레이

렉스 목소리 : 에드워드 노튼 

듀크 목소리 : 제프 골드브럼 



스파츠 목소리 : 리브 슈라이버



오라클 목소리 : 틸다 스윈튼 

 


넛메그 : 스칼렛 요한슨 



주피터 목소리 : F. 머레이 아브라함



넬슨 통역가 : 프란시스 맥도맨드



잼있나? 


처음엔 너무 일본스러움이 강해서 거부감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귀에 거슬리는 일본어보다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빠지게 된다. 총 4막으로 이루어져서 스토리가 단순하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사회적 문제를 많이 담고있다고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재미있다.


줄거리 


지금으로부터 20년 뒤 메가사키라는 일본의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메가사키 시에서 개 독감 바이러스가 퍼져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자 고바야시 시장은 모든 떠돌이 개와 애완용 개를 쓰레기 섬에 추방하는 법안을 발표한다.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해 자신의 양아들인 아타리의 경비견인 스파츠를 첫번째로 추방한다. 스파츠와 아타리는 서로 무선 이어폰을 끼고있으며 이 걸 끼면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스파츠의 이빨은 폭탄으로 제조되어 이빨을 뽑아서 던지면 폭발한다. 그렇게 모든 개들이 케이지에 갇혀서 쓰레기 섬에 버려진다. 버릴 때 케이지 문도 안 열어주고 목줄도 안 풀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개를 찾기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한 소년이 쓰레기 섬에 추락한다. 그 소년이 아타리이다. 추락하면서 아타리의 머리에 쇠파이프가 꽂히게 된다. 영어를 하는 개와 일본어를 하는 아타리는 서로 알아들 을 수는 없지만 아타리는 자신의 개 사진을 보여준다.



렉스, 보스, 듀크, 킹은 모두 애완견 출신으로 아타리의 말을 따르며 스파츠를 찾는 것을 도와주기로 한다. 그러나 떠돌이 개 출신인 치프는 주인을 섬긴 적도 없고 꼬마를 도와주기 싫어한다. 개들은 스파츠를 알고있다며 케이지로 안내를 한다. 아무도 케이지를 열지 못해서 스파츠는 케이지 안에서 죽어서 뼈만 남았다. 슬픔을 뒤로 하며 아타리는 경비행기를 타고 떠나려고 한다. 그 때 렉스가 죽은 개가 스파츠가 아니라 스포츠인 걸 알고 아타리를 불러 세운다. 


한편 아타리 실종 신고를 내고 수색중인 경찰은 경비행기에 부착된 블랙 박스의 GPS를 보고 쓰레기 섬에 아타리를 찾으러 온다. 아타리를 잡아가려는 사람들과 개들은 한바탕 싸움을 하고 아타리를 구출해낸다. 



개들은 같은 종족인 개를 먹는 들개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아마 그곳에 포로로 잡혀갔을 거라며 스파츠를 찾기위한 여정을 떠난다. 



스파츠를 찾던 중 우연히 주피터와 오라클을 만나게 되고 스파츠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스파츠를 찾으러 가는 중 아타리와 치프만 남고 나머지 개들과 떨어지게 된다. 아타리는 치프를 길들이기 위해 파이프를 던지며 물어오라고 시킨다. 첨엔 절대로 싫어하다가 치프는 불쌍해서 물고와준다며 파이프를 물고온다. 그런 치프를 안아주며 목욕과 미용을 해준다. 목욕을 하고 보니 치프는 검은 개가 아니라 하얀 털에 검은색 점박이 무늬였다. 사진 속의 스파츠와 똑같이 닮았다. 



결 말  


스파츠는 들개들의 도움으로 케이지에서 나오게 된다. 사실 들개는 개를 잡아 먹은 적은 딱 한번 뿐이고 케이지에 갇힌 개들을 만능키로 도와주고 있다. 쓰레기 섬의 끝에 있는 옛날에 개 실험실로 운영되었던 곳에 살면서 개들을 보살피고 있다. 


드디어 아타리와 스파츠가 만나게 되지만 경찰과 로봇개들에게 포위당한다. 아타리와 치프, 스파츠는 하수구로 떨어지게 되고 사람들은 아타리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아타리 장례를 치르고 그 스토리는 연극으로까지 만들어진다. 


고바야시 시장의 개 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와타나베 교수는 개 독감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다. 치료제를 들고 시장을 찾아가지만 이를 무시하고 교수를 감금시킨다. 그리고 고추냉이 독이 있는 문어초밥 도시락을 먹여 살해한다.

 

사실 개 독감 바이러스는 개를 싫어하는 고바야시 시장이 일부러 바이러스를 만들어 감염시킨 것이다. 이 사실을 눈치챈 해외 교환학생인 트레이시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시장의 정책에 반대하는 신문을 만든다. 그리고 고바야시 시장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한다. 와타나베 교수와 실험을 같이 했던 사람을 찾아가 마지막 남은 치료제를 받아온다. 


고바야시 시장은 아타리의 죽음으로 더 거세진 여론으로 재선을 꿈꾸며 모든 개들을 죽이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한편 아타리, 치프, 스파츠는 하수구를 무사히 빠져나온다. 스파츠는 아타리에게 경비견 지위를 박탈해달라고 하며 대신 치프를 경비견으로 임명해달라고 한다. 알고보니 치프는 스파츠의 동생이었다. 새끼였을 때 작고 연약해서 버려진 것이다. 치프는 스파츠의 이어폰을 물려받는다. 



티비를 볼 줄 아는 오라클은 뉴스를 보고 시장의 음모를 개들에게 전한다. 섬을 건너 메가사키 시로 가기 위해 배를 만들고 일부의 개들만 데리고 떠난다. 나머지 개들은 섬에서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고 당선 축하무대가 만들어졌다. 시장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쓰레기섬에 개안락사 약과 고추냉이 독이 든 총을 들고있는 경찰과 로봇견을 배치한다. 그리고 실행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그곳에 트래이시와 반대파 학생들이 들이닥친다. 사람들에게 치료제를 보여주며 시장의 음모를 밝히지만 트래이시는 비자를 뺏기고 추방당할 처지가 된다. 



그 때 죽은 줄만 알았던 아타리와 개들이 돌아와 연설을 한다. 이 중요한 순간에 트레이시 신문을 보고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있다며 앞으로 계속 그 신문을 구독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뜬금없이 시를 낭송한다.


"인간의 가장 친근한 벗,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벚꽃은 모두 떨어지고 시들었다."


이 시를 듣고 시민들은 폭풍 감동을 하고 시장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죄를 뉘우치고 개 추방 정책을 폐쇄한다. 고작 저 시를 듣고 순순히 다 실토한다는 거야?? 잘 나가다가 결말이 왜이래~ ㅡ.ㅡ;;


시장의 패거리들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자 강제로 실행버튼을 눌러버린다. 그러나 반대파 학생단체들 중 해커가 이미 해킹에 성공해서 약이 모두 로봇과 경찰 자신들에게 쏘도록 만들었다. 


경비행기가 추락할 때 머리에 쇠 파이프가 꽂혀있던 아타리는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뇌수술은 성공했지만 한쪽 신장을 잃었다. 다른 쪽 신장은 어렸을 때 사고로 이미 없는 상태다. 시장은 자신의 신장을 때서 주기로 한다. 


메가사키 시의 규정상 시장이 당선되는 날 죽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시장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시장직을 맡게된다. 그래서 아타리가 시장이 되었다. 시장 패거리들은 모두 자신의 애완 고양이를 한마리씩 안고 감옥에 간다. 메가사키 시는 다시 개와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 된다. 아타리와 트레이시는 커플이 되고 치프와 트레이시의 애완견인 넛메그도 커플이 된다. 


처음엔 완전 일본 영화네 하면서 봤다가 결말까지 보고나니 이건 고도의 돌려까기 기술인 것 같다. 개보다 고양이를 숭배하고 좋아하는 일본에서 개를 추방하는 영화라니,,, 하지만 일본에서 아주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의 색깔이 아주 짙기는 하지만 그것때문에 안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다. 상영관이 많지 않으니 꼭 찾아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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